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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은 산의 일만이 아닙니다 – 우리가 지켜야 할 생명의..
칼럼·기고

산불은 산의 일만이 아닙니다 – 우리가 지켜야 할 생명의 울림

이재용 기자 입력 2025/03/28 17:55 수정 2025.03.28 17:55


꽁지환경늬우스 대표 이재용

어릴 적 겨울이 오면 마을 사람들은 지게를 지고 산으로 향했습니다. 낙엽을 긁고 마른 가지를 모으는 일은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생계를 위한 일이었습니다. 땔감을 마련하려면 직접 산에 올라야 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산도 함께 돌보게 됐습니다. 그렇게 산은 숨을 쉬었고, 불이 나도 금세 꺼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산이 방치된 채 마른 풀과 낙엽만 쌓여가고 있습니다. 따뜻한 연기는 더 이상 굴뚝에서 피어나지 않고, 사람의 손길도 닿지 않습니다. 그러다 불씨 하나가 떨어지면, 산은 침묵을 깨고 절규합니다. 산불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우리가 외면한 책임의 결과입니다.

불은 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이 번지지 않게 하려면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예전처럼 마을이 함께 낙엽을 긁고 산기슭을 정비하던 지혜가 지금 절실합니다. 그 시절에는 정부 지원 없이도 각자 생계를 위해 움직였고, 도로변과 경계만 정리해도 큰불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감시원이 없더라도 모두가 산을 지키는 손이자 눈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대빗자루 하나로도 충분했습니다. 지금은 헬기와 장비를 동원해도 불길을 잡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그렇지만 단순하고 원초적인 방식이 오히려 가장 효과적인 산불 예방책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실질적인 예방 활동에 예산을 써야 합니다.
주민 참여 중심의 낙엽 제거, 산기슭 정비와 같은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보여주기 행정보다 훨씬 실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안입니다.

2025년 정부는 대형 산불 대응을 위해 특별교부세 5,000억 원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막대한 복구비용보다 중요한 것은, 애초에 불이 나지 않도록 준비하는 일입니다.

산불은 ‘불씨’보다 ‘방치’가 원인입니다.
불을 끄기 전에, 불이 나지 않을 산을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 당신이 움직이면 산은 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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